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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20 11:00

  • 박스기사 > 연재-이서빈 시인

사이렌의 분노/ 장진

(환경시 특집)

기사입력 2026-08-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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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의 분노/ 장진

 

사이렌이 스타벅스에 등장했다

 

들판에 꽃

산에 나무들

민방위 훈련

구급차

소방차

 

위급하다!

위급하다!

사이렌을 불러제낀다

 

사이렌의 입술에 진물이 흘렀다

사이렌의 목소리에 불길이 솟았다

 

지구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곳곳에 사이렌을 울리는 것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사람과

타향살이로 떠돌아다니는데 질려

역사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위협같은 말을 앵앵거리고 있다

 

 

 

비움과 채움/ 장진

 

봄산에 올라갔어요

겨우내 깜깜하던 나무들

파릇파릇 채움을 설파하고 있었어요

 

가을산에 올라갔어요

여름내 푸르름 무성하던 나무들

비움을 설파하고 있었어요

 

비움과 채움 그 중간 어디쯤

내가 끼어들 자리를 찾아

겨울산에 올랐어요

비움과 채움을

숙성시키려 눈을 가려버리는 눈

눈위에 새발자국만

바라보다 나를 잃고 말았어요

 

얼마나 더 살아가야

채움과 비움을 채울까?

 

헛것들이 명상을 채우고

텅 빈 머리엔 찬바람만 불어왔어요

 

쓸모를 잃고 뽑히고 마는 막니처럼

깜깜한데

어릴 때 알사탕을 먹다가

앞니가 빠졌다고 울던 아홉 살 내가

덩그머니 눈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직, 비움과 채움을 알기엔 너무 어린가 봐요

 

 

 

잔칫날/ 장진

 

세계 잔치가 벌어진다

 

꼬꼬재배

세종대왕께 큰절하고

환경경전이란 명찰을 가슴에 달고

길 떠나는 한글

 

무궁화꽃 시계 차고

토끼풀 반지 끼고

하얗게 핀 목화구름 타고

두리둥실

오염이 쌓여가는 시간을 닦아내어

 

물속에서

골짜기가 푸르게 자라고

새들이 노닐고

하늘이 파랗게 물감을 칠하고 있다

 

조차 경이로워하는

맑고 푸른 우주를 다시 푸르게 부활시켰다

 

붓끝에 눈물을 찍어 쓴 환경 경전

오래도록

지구의 앞섶에서 휘날리고 있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우리는 두레박을 던지며 우물의 깊이를 측정한다.

환경 오염의 물결을 우물의 어두운 그늘로 막을 수는 없다.

현실의 고뇌를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 시인의 길이다.

치유 능력이 있는 주술성에 의지해 부스스한 눈들의 시각이 그늘로 내려앉으면 사이렌의 분노가 되지 않을까?

 

위급하다!

위급하다!

사이렌을 불러제끼다가

사이렌의 입술에 진물이흐르고

사이렌의 목소리에 불길이 솟

비극을 표출하는 대목이다.

시인은 급박한 마음에 바로 위급함을 외치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이는 환경이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 모양을 한 채 바위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꾀어 죽게 했다는 바다의 요정,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은 환경의 위급함을 알리기 위해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로고로 등장했다.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세력을 더 힘껏 확장하는 태풍은 가해진 힘에 비례한다라는 뉴턴의 가속도 법칙으로 달려온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일을 알기에 시인의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감각이나 현상 너머 이면적 진실을 포착하는 행위 속에서 이루어진 상황의 차이는 변화에 얼마나 저항하는가에 따라 바뀌게 된다.

환경, 환경을 외쳐도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작금의 실태는 환경이란 말은 망망대해에 표류 중이다. 노를 젓지 않는다는 것은 목적이나 방향을 잃었다고 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표류하고 있는가?

일상의 파도는 생각보다 더 거칠다.

요동치는 배를 고정하려 하지만 어마어마한 파도 더미에 밀려나고 만다.

지구를 초토화해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보고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돛을 달아 다음 세대에게 흘려보내고 있음에 사이렌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매우 급한 시어들의 울림이 있는 시를 읽고 나면 독자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우렁우렁 자라날까?

온난화로 생긴 수많은 재앙 뒤편에 결핍과 부재를 앓고 있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아픈 자들의 기도였다는 진실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다음 시비움과 채움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한 비움과 채움이란 어디까지 인간이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욕심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쌓기만 하면 물속에 더 빨리 가라앉는다.

삶은 비움의 연속일 때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속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고 한 번쯤 비워본 사람은 안다.

비운다는 사실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드는가를.

 

헛것들이 명상을 채우고

텅 빈 머리엔 찬바람만 불어왔어요이 문구에서 사실 이 시에서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한 것이다.

헛것들이 명상을 채워도 텅 빈 머리에 찬바람이 분다면 명상마저도 헛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쓸모를 잃고 뽑히고 마는 막니처럼분명 막니도 쓸모가 있어 인간에게 돋아났겠지만, 그 막니 역시 쓸모가 없다고 빼고 나면 시원할 때가 있다.

쓸모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필요에 따라 변하고 용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시인은

어릴 때 알사탕을 먹다가/ 앞니가 빠졌다고 울던 아홉 살 내가/ 덩그머니 눈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라고 과거를 소환한다.

젖니 역시 이유가 있어서 조물주가 심어 주었을 것이지만 그 젖니 역시 쓸모를 다하면 밀려나는 게 세상 이치이다.

시인은 여기서 비워서 채우라는 말을 극명하게 비유한다.

 

덩그마니 눈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를 읽으면 정신세계와 존재론적 탐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말테의 수기가 생각난다. 파리에서 죽음과 불안에 떠는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쓴 수기는 릴케 자신이 10년간 겪은 파리에서의 경험을 말테의 입을 빌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존재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장시인도 그렇게 자신을 성찰하면서 독자에게도 보여주고 있다.

비움과 채움의 원리를 이용한 서핑은 긴장감과 반전이 가득했던 한 판이다.

 

잔칫날오염이 쌓여가는 시간을 닦아내어세계인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환경은 나 하나만의 일이 아니고 인류가 모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조차 경이로워하는/ 맑고 푸른 우주를 다시 푸르게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를 쓴 것이다.

붓끝에 눈물을 찍어 쓴 환경 경전/ 오래도록/ 지구의 앞섶에서 휘날리고 있다

환경 경전이란 명찰을 가슴에 달고 길 떠나는 한글이 세상을 강타할 때 반드시

지구의 앞섶에서 자랑스럽게 한글을 휘날리며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되길 간절히 빈다.

장진 시인은 영주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답게 웅장한 폭포처럼 쏟아지는 환경시가 지구의 앞섶에서 휘날릴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본다.

 

 

평론 이서빈

 

 

# 장진 시인 약력

*제주 출생

*남과 다른 시쓰기 동인

*영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05)

 

# 이서빈 시인 약력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 달의 이동 경로」 「함께, 울컥」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창의력 사전다수

대하소설 소백산맥영주신문 연재하고 17권 완간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 모던포엠. 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주소: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5487, 1101호 우)02208

이메일: happyjy8901@hanmail.net

 

권대현 (youngju@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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