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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7 11:24

  • 박스기사 > 연재-이서빈 시인

​​​​​​​저녁은 왜 무거워지는가 /송연숙

이서빈이 읽은 감성시

기사입력 2026-06-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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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왜 무거워지는가 /송연숙

 

콜로세움이거나

페허가 된 고층 건물인 줄 알았다

 

검은 히잡을 쓴 여인이

아이의 사진을 품에 안고 쓰러져 울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그곳이 사망한 초등학생 168

무덤을 파는 현장이라는 걸

 

책가방 무덤 사이로 새싹처럼 삐져나온

공책과 필통과 신발

 

검은 연기와 불길로 가득 찬 TV를 보며

나는 환율과 유가를 검색했다

미국 증시를 확인하며

내일의 그래프가 얼마나 흔들릴지 가늠했다

 

뉴스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물결처럼 부드럽게 발음되고 있었다

 

저녁밥은 왜 돌덩이같이 가슴에 얹히는지

내시경 속 담즙은

왜 초록 바다처럼 자꾸 뒤집히는지

 

소풍에 비유된 전쟁터

노란색 포크레인은

여전히 아이들 무덤을 파고 있고

분홍색 책가방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움직이지 않았다

 

미음을 마음처럼 휘젓는 저녁이다

썬 스트라이크 /송연숙

 

앞서가는 자동차 유리에

햇살이 머리를 박고 깨진다

깃털은 우수수 도로 위로 흩어진다

 

하늘로 연결되었다 믿었던 창,

유리 안쪽의 구름과 하늘은 모두 투명한 덫이었다

 

, 하고 빛나는 순간이 곧 파산

빛은 여전히 투명하고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회색 정장에 서류 가방을 든 남자

줄지어 번호표를 뽑는 은행 문 앞에 서 있다

유리창에 비친 빌딩 숲과

어깨에서 떨어지는 깃털들

그가 매일 올려다보았던 건물들은

더 이상 그의 시간을 수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바코드처럼 찍히던 출퇴근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던 건물도

멈추어 선지 오래다

임대아파트 한 채에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

타워크레인은 양팔을 벌린 채

순교자처럼 서 있다

 

햇살이 건물 유리에 머리를 박고

노을 속으로 떨어진다

 

 

 

/송연숙

 

서걱,

잘린 숨이 단면마다 고인다

동그랗게 잘린 무의 단면은

말을 잃은 입처럼 잠잠했고

흰 속살 속에는

의 뼈가 들어 있었다

 

무 뿌리처럼

어둠의 흙 쪽으로 기울던 시절

나는 비워내는 법을 연습했다

 

말을 덜어내고 침묵을 기르기 위해

단추를 물고 출근을 하기도 했다

속이 비어야

두 손이 비어야

좀 더 단단해질 거라 믿던 시절

 

그래서 빈손이 너무 홀가분했다

만세를 부르며 철원평야를 걸었고

누군가를 안고 등을 두드려줄 수도 있었다

어두운 길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빈손이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텅 빈다는 것은 비로소 무게를 갖는 일

내 안의 흰 뿌리는 빈손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무게는 중심과 방향의 문제

무는 언제나 흙을 기억하는 식물

는 언제나 흙 쪽으로 기울며 익어간다

 

에서 태어나

삶은 무처럼 쉽게 물러지는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기대어

지금도 흙을 향해 뿌리 내리는 중이다

 

 

 

송연숙 시인은 현재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시편들을 보면 무엇 때문에 글을 못 쓴다는 말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려고 하면 길이 생기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핑계가 생긴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소환된다. 송연숙 시인의 시 세 편은 사회적 현실과 존재론적 사유를 결합하여 인문학적 연장선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녁은 왜 무거워지는가는 아주 철학적인 작품이다.

책가방 무덤 사이로 새싹처럼 삐져나온/ 공책과 필통과 신발은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서 바라본 황당한 충격이다. 먹먹함의 극치다. 아마도 교육계에 평생 몸담지 않았다면 이렇게 미세한 표현을 잡아챌 수 없을 것 같다.

 

시인은 또 시선을 돌려 검은 연기와 불길로 가득 찬 TV를 보며/ 나는 환율과 유가를 검색했다/ 미국 증시를 확인하며/ 내일의 그래프가 얼마나 흔들릴지 가늠했다라고 학살과 동시에 환율과 증시를 확인한다고 한다.

이는 시인이 단순한 전쟁 이야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분열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타인의 죽음과 자신의 일상이 같은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문구는 한나 아펜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떠오르게 하는 철학적 문구이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숫자와 정보로 소비하는 현대 문명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저녁밥은 왜 돌덩이같이 가슴에 얹히는지/ 내시경 속 담즙은/ 왜 초록 바다처럼 자꾸 뒤집히는지하고 육체의 소화불량을 불러내어 윤리적 소화불량으로 만든다.

미음을 마음처럼 휘젓는 저녁이다는 언어적 발견은 미음()과 마음을 연결하여 슬픔이 위장 속까지 내려가 휘젓는 저녁이 되게 한다.

 

다음 시썬 스트라이크는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우화로 엮어냈다.

햇살이 자동차 유리에 부딪혀 깨지는 장면을 부동산·금융·성공신화의 붕괴를 하나의 이미지화로 영화필름처럼 상영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유리창 속 하늘을 진짜 하늘이라 믿지만, 사실은 반사된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다. 시인은 유리 안쪽의 구름과 하늘은 모두 투명한 덫이었다고 한다. 이 구절은 언어를 살려놓는 수단은 시인의 감성과 그의 입술과 그의 손가락들 사이에서 존재한다는 신비주의 시인 칼릴 지브란의 말이 현대에 와서 이렇게 적확하게 쓰일 수 있음에 놀라게 만드는 문구다.

타워크레인은 양팔을 벌린 채 순교자처럼 서 있다는 자본주의 시대에 높이높이 공중으로 치닫는 건물을 부동산 시대의 상징 이미지로 멋지게 뽑아내서 순교자처럼 세워놓은 문구다.

 

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그대로 보여준 철학자 같은 제목이다.

송연숙 시인의 시는 먹는 무와 없을 무를 겹쳐 놓은 언어 놀이로 작품 밭고랑을 이리저리 노닐며 작품 전체의 조화를 잘 지탱하고 있다. 제목에 한문을 병행하지 않은 이유가 시인의 의도를 짐작하게 하고도 남는다.

동양 철학자 노자와 장자의 사유를 한 자에 압축시켜서 제목으로 턱 세워놓았다.

비어 있음이 오히려 쓰임을 만든다고 한 노자의 말 텅 빈다는 것은 비로소 무게를 갖는 일이 한 줄에서 이미 이 시는 할 역할을 다 한 것 같다.

이것이 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한 줄이 작품 전체의 중심축이며

무는 언제나 흙을 기억하는 식물은 뿌리채소인 무의 생태적 특성과 인간 존재의 귀향 본능과 존재의 근원을 모두 합쳐서 중요 핵심만 뽑아놓은 시다.

아마도 이 시는 인간이 지구에 살아가는 한 살아남을 시라고 생각한다.

 

저녁은 왜 무거워지는가라는 시에서는 전쟁과 역사 자본과 사회에서 인간의 고통을, 썬 스트라이크에서는 시대 문명의 환상과 비판을에서는 무라는 글자 하나로 존재의 근원과 존재 자체를 철학으로 구현하여 시대성과 사회적 울림으로 무거운 저녁의 뿌리와 흙을 향해 기우는 것들로 문학적 밀도까지 섬세하게 고려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시다.

좋은 시를 읽고 나면 한동안 멍해진다.

 

송연숙 시인의 시 세 편을 읽으며 가장 짧은 언어와 긴 여백으로 이렇게 사람을 울렁이게 하고 감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풀밭으로 뛰어나가 마구 뛰어다닌다.

마음속 번개가 마르고 있다.

비에 실려 온 구름 속 얼룩이 모두 씻겨나갔다.

행복꽃과 가장 닮은 시간을 행복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걸어둔 송연숙 시인의 시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송연숙 약력

송연숙 시인

.2016년 월간 <시와 표현> , 신인상

.2019<강원일보>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23년 한국 서정시 문학상 수상

.2025년 월간 <모덤포엠> 평론 신인상

.시집 측백나무 울타리』,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봄의 건축가』, 말풍선 속에 그대 이름을 적었어요.

.현재 소양중학교 교장

.강원대학교평생교육원 및 양구문화원 시창작 강사

.시마편집부장

.e-mail: purengang@hanmail.net

.(2447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458 (춘천파크자이103302

 

 

# 이서빈 시인 약력

이서빈 시인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달의 이동 경로」「함께, 울컥」「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창의력 사전다수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 모던포엠. 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소설: 대하소설 소백산맥17, 영주신문 연재 출간

주소: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5487, 1101호 우)02208

이메일: happyjy8901@hanmail.net

 

 

권대현 (youngju@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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