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빈이 읽은 감성시-환경시 특집
일회라는 말 / 이진진
호수 눈빛이 서늘하다
변함없는 물의 의지는
일회로 출렁이며 탁발하는 달빛의 입술처럼 말랑말랑 흐르고
인진쑥 진액처럼 쓰디쓴
위상이
편리의 표상이 된 일회라는 말
눈치꾸러기 천덕꾸러기로 지구를 초토화하고
일회용 시절이 푸드덕 날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재사용이란 말 모르는 일회용
백 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슬픔이
숨결에 실려 흐른다
1회용 손가락사이로
처음 만났던
시간은 빠져나가고
어눌해진 몸동작
기울어진 등
태산처럼 쌓이는 시간
일회용의 비애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반성의 바람이 불어와
재사용 기록으로 일회라는 말이 지워지기를!
고래 /이진진
미세플라스틱이 먹이가 되어 버린 바다에 살 수 없다고
바다를 뛰쳐나와 잠실벌로 이주한 고래
오염 한계점에 도달하게 한 주범들이 사는 곳
편리씨앗 발아하지 못하게
고래고래 소리질러 보다가
방고래 속을 헤엄치다가
허공을 튀어오른다
환경 살리려
발버둥치던 힘
암각화에 새긴다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인 모비딕
그 때 그 고래 다 살아있다면
지구가 병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고래등 같은 집에 살려고 이상기후 만든 사람들
바다로 이주시킬까
자동차 다 없애고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게 하면 어떨까
고래는 육지에서
고래밥 과자 먹으면 될테니까
환경을 생각하자
고래고래 소리치는 뱃고래
프로크루테스 / 이진진
손님을 침대에 눕혀놓고
다리 머리를 자르거나
사지를 늘여 오직 자신의 잣대로 재는 욕심의 화신
저 악당에게 시켜
오염된 지구 웃자란 인간 욕심
다리 머리 전지하고
푸르른 숲을 늘여 환경을 살리는데 이용해 볼까?
욕심에 낡고 닳은 생각
상상력사전 창의력 사전 드론에 싣고
창공 주유하며
시밭에 심을 튼실한 묘목을 구한다
허리 굽힐 줄 모르는 인성
비단 한 마 덧대고
꾀꼬리 울음 한 종지 잘라넣고
겸손 한 바가지 퍼담아
미싱으로 누비면 빗소리로 쏟아질까?
공자 장자 노자
세탁기에 넣고
세제 한 방울 섬유유연제 쏟아부어
찌든 때 코스로 돌려
낡은 생각 빼내고
뽀얗고 깊은 색으로 세탁해 본다
시작詩作은 그렇게 시작始作되어
환경살리는 경전
시작時作이 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진진 시인은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을 데려와 대신 말하게 한다. 울림이 큰「일회라는 말」을 귀담아들어 보자. ‘호수 눈빛’은 시의 눈빛이다. 그래서 시는 ‘달빛의 입술처럼 말랑말랑 흐’르며 낯설게 다가와 ‘일회로 출렁이’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며 깊이 있는 사유를 펼쳐나간다. 오늘날 일회용의 문제는 장바구니 들고 다니며 높은 관심을 가지는 시민과는 달리 대량생산하는 기업의 태도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 없이 살 수 없는 환경 시인이기에 비관적인 현상황이 ‘진액처럼 쓰디’쓰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사용하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편리의 표상이’ 되어 남발하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50년 전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내려준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상에 등장했지만 값싸고 쉽게 가공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사용되지 않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헤프게 쓰고 있다.
회색빛 하늘에는 플라스틱이 가득 차 있다. 첫 번째는 지금처럼 그렇게 사용하다보면 ‘지구를 초토화’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백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슬픔’이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큰 비가 오면 육지 쓰레기들은 강물에 휩쓸려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태산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일회용의 비애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재앙은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한 뒤 마구 버려온 인간들이 바로 주범이다.
경북 의성에 방치된 거대한 쓰레기산은 우리나라 플라스틱 과소비 실태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고 있다. 삶도 지워지고 바람도 지워지고 달도 지워지고 별도지워지지만 ‘재사용 기록’은 남아있다. 지금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록해야만 한다. 왜냐면 기록은 온전한 대상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반성의 바람’은 길을 낳아 참다운 길로 안내한다. 일회용의 오남용을 줄이고 ‘재사용’률이 높아지면서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회라는 말이 지워지기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이 바로잡고 있는 이유이다.
다음 시「고래」를 만나러 가보자. 플라스틱의 과도한 사용과 폐기로 지구는 심각한 환경오염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오염 한계점에 도달하’였다. 바닷속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무려 5조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어 물고기들의 주검은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와 무책임으로 인해 파멸시키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뱃속에 쓰레기로 가득 찬 채 해안가로 떠밀려 온 고래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우리는 다같은 생명이고 지구촌의 한 가족이다. 인간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쓴 이 시는 환경 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비극적인 모습은 돌고 돌아 결국 거대한 생명체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4연에서 ‘모비딕’이 ‘다 살아있다면/ 지구가 병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하며 시인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돌아 플랑크톤이 섭취하고 또 먹이사슬 따라 축적되어, 독성물질 공포증으로까지 확산되기 때문이다. 「모비딕」은 미국의 소설가 멜빌이 1851년에 지은 소설이다.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 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 선장이 복수를 위해 전 세계로 쫓아다니다가 결국은 고래에게 목숨을 빼앗긴다는 줄거리이다. 이 작품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은 자연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욕망에 의해 자멸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생각하자/ 고래고래 소리치는 뱃고래’의 마지막 함성에서 모비딕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무엇을 소중히 지켜야 할 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철학적인 인식의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이 시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가치의 창조주는 시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바다로 이주시킬’수도 있는 능력이 있다. 존재의 근거가 되는 환경 시는 시인의 자연 사랑을 통해 영원히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다음 시「프로크루테스」를 들여다보자.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티카라는 마을에 키가 큰 강도가 살고 있었는데 행인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철제 침대에 눕혀 묶은 다음 침대보다 길면 잘라내고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키를 늘려 죽였다. 결국 침대에 맞지않아 모두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맞추려는 사람이나 태도를 ‘푸로쿠루테스의 침대’라고 비유한다. 그래서 ‘자신의 잣대로 재는 욕심의 화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초래되는 각종 자연 파괴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기에 ‘오염된 지구 웃자란 인간 욕심/ 다리 머리 전지’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편의로 인해 기후변화 속도는 가속화 되면서 지구는 더 못 버티고 있다. ‘생각하는 즐거움과 상상하는 자유를 선물하는 ‘상상력 사전’은「개미」시리즈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으로 나의 기준을 버리고 내가 바뀔 때 변화가 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적인 조어를 쓰도록 허락한「창의력 사전」은 이서빈 시인이 출간한 서적이다. 남들과 다른 새로운 발상을 함으로써 진부한 글쓰기를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시밭에 심을 튼실한 묘목을’ 사전에 심어 놓았다.
굴원의 어부사漁父詞 속에도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말이 있다. 어부가 벼슬에서 쫓겨난 이유를 묻자 ‘온세상이 흐렸으나 나 혼자만은 맑았으며 뭇사람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있어 쫓겨났다’라고 말했다. 어부는 굴원에게 세상의 변화에 따라 더불어 살아 갈 것을 권한다. 인생은 부단한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오염된 세상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교훈과 지혜를 일깨워준다.
‘허리 굽힐 줄 모르는 인성’에서 ‘꾀꼬리 울음’을 보았고 ‘낡은 생각’을 보았고 ‘찌든 때’를 보아냈기에 ‘뽀얗고 깊은 색으로 세탁’해서 ‘공자 장자 노자’의 공통된 가르침으로 시인은 독자를 깨우치려 한다. 욕심을 버리고, 의로움을 쫓는 세상을 만들어 ‘환경 살리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환경이 우리에게 소크라테스적인 인내를 요구할지라도,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현실의 소중함마저 밀어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을 생각하자 고래고래 소리치며 인내하고 있는 시인은 이상국가를 제시하며 영원불멸의 금자탑을 쌓은 플라톤의 인내와 닮아있다. 시 한 편은 자기를 잊는 몰두 속에서 고치고 또 고쳐서 태어난다. 쉽게 읽어버리지만 시 한 편 속에는 이와같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노력이 담겨 있다. 세 편의 시 속에는 관찰 성찰 통찰이 가득 녹여 있기에 세계로 날아다니는 선구자적인 시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자질을 이미 갖추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이진진 시인 약력
이진진 시인
* 강원도 춘천 출생
*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 자유 문학 등림
* 단국대 대학원 졸업 (국문학 석사)
# 이서빈 시인 약력
이서빈 시인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달의 이동 경로」「함께, 울컥」「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창의력 사전」 外 다수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 모던포엠. 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소설: 대하소설 「소백산맥」 17권, 영주신문 연재 출간
■주소: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54길 87, 1층 101호 우)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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